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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와 아토피피부염
한의원의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와의 대화와 진료, 진단, 침 치료를 하며 보내는 것이 아토피 진료의의 하루다. 때문에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분들에 대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중증 피부염으로 괴로워하시는 분들을 보면 쉽게 지나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어느 날 모자를 깊게 눌러쓴 성인 한분과 부모님이 같이 진료실에 들어왔다. 모자를 푹 깊게 눌러쓴 남성분의 모습에서 이미 체념과 불안, 분노 등의 마음이 드러난다. 그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몸짓이다.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주위에서 치료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어머님이 아버님과 아드님을 설득해서 멀리 경상도에서 오셨단다. 모자를 쓴 남성분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어머님 그리고 아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 가족의 첫 인상이었다.
진료 내내 모자를 눌러쓴 남성분은 말이 없다. 묵묵부답이다. 그런 아드님이 안타까우셨는지 아니면 태어나면서부터 아토피피부염이 있다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라 생각하셨는지... 아드님을 대신해 진료에 임하고 항변하고 설명하신다. 하지만 아버님은 이런 어머님과 아드님의 모습이 너무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신다.
이 남성분은 출생 시 부터 발생한 아토피피부염이 수 십 년간 만성화되고 얼굴과 전신에 열과 함께 피부염증이 심한 상태였다. 하지만 핵심 원인은 가족과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 그리고 풀어지지 않은 내면의 화(火)였다. 하나뿐인 아들이 잘 되길 바라면서 강해지길 바라는 아버님과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아드님을 감싸는 어머님. 그리고 그런 아버님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여 가족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아들이다.
진료 내내 묵묵부답이던 남성분이 입을 연다.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위해 공기가 좋다는 외국에 나가 6개월간 살 때가 증상이 가장 좋았으나 국내에 입국하여 인천공항에서 한국 공기를 들이쉬는 순간부터 가렵기 시작하였단다.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믿지 않아야 할지 웃지도 못할 상황이다. 하지만 이 남자가 진료실에서 거짓말을 할리도 없지 않은가?
지금도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위해 청정지역에 살고 있는데도 증상은 낫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단다. 따라서 본인은 아토피피부염은 치료가 되지 않는 질환이라 생각하며 치료를 해서 좋은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GMS 진료실에서 치료가 되는 다른 환자분들의 사례를 보았음에도 그 환자분의 마음은 요지부동이다. 본인의 마음이 그러하다면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가족들을 설득하여 올라온 어머님만 발을 동동 구르신다. 이럴 때는 step by step으로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우선 어머님께 효도하는 셈 치고 1개월만 치료를 받아 보도록 권유를 하고 1개월 후에도 호전 상태가 보이지 않는다면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치료 계획을 잡아주었다.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 어머님을 위하는 마음에서였는지, 치료에 대한 희망이 있어서인지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다음에 내원하였을 때 물어보니 열의 관점에서 아토피피부염이 발생하고 치료한다는 것에 공감이 되었단다.
그 남성분은 1개월 후에도 2개월 후에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며 증상 개선을 떠나 지금은 체질 개선을 바라보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으로 그동안 사회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증상이 좋아지면서 최근에는 취직이 되어 서울에 올라오게 되었다.
모든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이 가족에게는 아토피피부염이 어떻게 발생하였는지가 중요한 것보다 가장 먼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서로간의 믿음, 존중, 사랑이 있어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치료를 시작한지 2~3개월이 지났을 때인가, 가족 분들이 다함께 한의원에 내원하셨을 때 작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 그 남성분이 모자를 벗고 온 것이 아닌가?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다. 본인도 그동안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어머님이 대신 말을 해 주지 않아도 본인이 말을 한다. 이런 아들을 아버님께서는 이제는 더 이상 못마땅한 눈빛이 아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계신다.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는 것은 단순한 피부 증상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다. 병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프리허그 정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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