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연 한 줄 없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건선환자들 역시, 피부 증상만큼이나 마음의 상처 또한 깊으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나에게도 기억에 남는 건선환자들이 있다.
숨기고 싶지만, 피부에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숨길 수가 없는 피부질환인 건선. 그 중에서도 30대 중반의 건장하고 착했던 전신성 박탈성 건선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10년 이상 지속된 건선으로 인해 피부과, 종합병원, 한의원의 건선치료방법을 전전했지만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중증 건선으로 악화됐다고 했다. 그로 인해 남들이 꿈꾸는 결혼과 평범한 직장생활 및 미래 또한 불투명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다행히 치료를 시작하고 좋은 호전도를 보였으나, 여러 이유로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고 중도에 치료를 중단하고 말았다.
건선은 붉은 반점과 은백색의 인설을 동반하는 만성 피부면역질환이다. 가려움증 통증 등의 실질적인 괴로움은 크지 않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피부에 나타나는 질환이기에, 심리적인 위축감과 자신감 저하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야기시킬 수 있다.
50대 중반을 넘긴 만성 건선 여성 환자의 경우, 여름이 되어도 남들 다 입는 반팔이나 반바지는 꿈을 꾸지도 못하고, 한의원에서 치료경과 사진을 찍는 것 또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건선이 다 낫게 되면,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아직도 위의 두 환우가 기억에 남는 것은, 치료 후 건선이 많이 호전되었지만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도에 치료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와 결혼· 그리고 반팔과 반바지· 대중 목욕탕을 편히 가는 것. 그 소박한 바램을 차마 이루어주지 못해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가끔은 목에 걸린 가시· 가슴에 얹어놓은 돌맹이 같은 이런 아쉬움이 현재의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만성적으로 진행된 중증건선환자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들은 여러 가지 건선치료방법을 전전하면서 이미 많이 지쳤고, 건선완치에 대한 의구심으로 믿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만성 피부면역질환인 건선 역시 답은 있다.
소장기능을 회복시켜 독소유입을 차단하여 면역기능의 회복하면 건선치료는 가능하다.
그러니 만성 중증 건선환자들이여, 포기하지 말고 치료의 희망을 가지시길 부디 바란다.
한의사 박선정은 프리허그한의원 부산점의 수석원장이다.
2014-07-17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