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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허그 대전점을 준비하며
나는 참 진지한 사람이다. 유머나 농담이 잘 안 된다. 농담이라는 게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레 나와야 되는데, 일부러 생각해서 하다 보니 상대방도 금방 눈치 챈다. 대개는 성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체력이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머를 한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인데, 이는 내가 가진 에너지를 상대방에게 전해 준다는 의미다. 체력적인 부담으로 그 만큼 에너지를 나눠 쓸 여유가 없다보니 내가 필요로 하는 일, 해야 할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게 된다. 내가 한의학을 하게 된 계기도 바로 체력이 약해서이다.
나는 현대의학의 현장에서 성장한 사람이다. 아버지는 약사,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은 의사, 어릴 때 뛰어놀던 곳도 약국과 병원이었다. 잔병치레를 많이 해서 양약도 많이 먹었었다. 그런 내가 왜 한의학을 하게 되었을까?
수능을 치기 한 달 전쯤이었다.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집에 들어와서 가방도 벗지 않은 채로 침대에 쓰러져 자다 깨보니 갑자기 한쪽 귀가 안 들리는 것이다. 돌발성 난청이었다. 거기에 극심한 어지럼증이 동반되었다. 고개를 살짝이라도 움직이면 온 세상이 빙빙 도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가만히 누워 있어야만 했다.
3차병원에서 혈액검사부터 시작해서, 뇌 MRI 검사, 청력검사, 평형감각검사 등등 갖가지 검사를 다 했지만 결론은 ‘원인을 모르겠다’ 였다. 별다른 치료법은 없고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것 같으니 영양보충하고 그냥 쉬라는 게 다였다. 한 달 동안 누워서 푹 쉬었고 몸 상태는 거의 회복되어 수능도 치고 성적도 잘 나왔다. 사실 한의대에 지원한 건 한의학에 큰 뜻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의학을 하고 싶은데, 양의학이나 한의학이나 다 같이 사람을 치료하는 학문이니, 내 체력에 맞추어 당시에는 조금 덜 힘들 것 같아보였던 한의학을 선택했던 게 지금까지 한의사를 하게 된 계기이다.
처음 한의학을 접하고는 오히려 한의학이 싫었다. 음양오행이라는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한 한의학 용어와 개념은 내가 이해하기엔 참으로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한 때는 양방의학을 할까 고민도 많았다. 우리는 과거를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과거를 미루어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와 지식을 구할 수는 있지만 그 방식이나 표현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에서 인체를 보는 관점은 아주 좋았다. 인체를 하나하나의 부품을 조립한 집합체가 아닌 하나의 유기적 생명으로 보는 한의학적 관점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한의대에 입학한 이후로는 양약을 먹지 않게 되었다. 원인치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병의 근본원인은 모르고 단순한 대증치료만 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내 몸을 양약으로 혹사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생각들 또한 너무 편협한 관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인체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보고, 근본 원인을 치료하여 사람을 낫게 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서 한의학을 보편적 합리적 언어로, 생리, 병리학적 구조 및 방법론으로 설명해 내기 위해 계림고본을 공부하게 되었고 인체를 보는 나름의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완벽히 정립된 것은 아니어서 한 번의 좌초를 겪었고 포기하려 했다. 인체를 하나로 유기적이고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관을 세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언어로 간단명료하게 풀어낼 수 있을 때, 내가 하는 의학에 환자도 신뢰를 가질 수 있으리라.
내가 해온 이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아토피 질환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한의사들의 모임인 프리허그 아카데미였다. 내가 이해할 수 있고, 환자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한의학, 그리고 원인치료가 가능한 의학, 그래서 내가 생각한 신념이 굳건해 질 수 있는 의학, 내가 가진 믿음을, 자신감을 환자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의학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나는 기꺼이 프리허그의 일원이 되었다.
의사도 성인군자가 아닌 사람이다 보니 경제적 이득을 당연히 바란다. 그래서 진실로 환자를 안타까이 여겨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도 있지만, 장삿속으로 안 해도 될 검사, 치료 시술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게 요즘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프리허그 한의원을 통해 난치성 아토피 환자를 접하면서 확고해진, ‘적어도 내가 비양심적인 의사는 되지 않겠구나, 그리고 진정으로 사람을 생각하고 치료하는 의사가 될 수 있겠구나‘ 라는 나의 믿음이, 내가 진료하는 공간에 함께하는 환자에게도 마음으로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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